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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철학과 교육사

20세기 전기 교육철학 - 항존주의

by GRIMI일상 2023.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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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존주의(perennialism)는 라틴어 '페르'(per)에서 나온 '불변, '영원, '항존'의 의미를 지닌 진리의 절대성과 불변성, 그리고 영원성을 믿은 신념을 말합니다. 항존주의의 철학적 배경은 고전적 실재론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고대의 영구적, 항구적, 근본적인 것의 추구에 관심을 기울인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에 사상적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항존주의자들은 인간은 이성적 동물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견해에 동의하여, 학교를 인간의 지능을 배양시키기 위한 제도로 봅니다. 항존주의의 입장은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으며 본질적으로 동일하다는 가정에 기초합니다. 즉, 항존주의 교육에는 '절대의 원리'가 적용된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변화의 원리'가 적용되는 진보주의 교육과는 완전히 대조되는 부분이다.

 

 

 

  항존주의자들은 심각한 사회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영속적인 것이 참되고 이상적인 것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과학주의, 세속주의, 물질주의 성격을 핀 진보주의와 본질주의 교육사상을 배격하고 반과학주의, 탈세속주의, 정신주의를 견지합니다. 철저히 비세속적인 입장에서 항존주의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정신적, 초자연적, 영구불멸의 진리를 이성을 통해 획득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항존주의에 속하는 학자들로는 비종교적인 학자로 허친스(R. M Hutchins), 에들러(M J. Adler) 등이 있고,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 학자들로는 마리탱(J. Maritain), 커닝햄(W. F. Cunningham) 등이 있습니다. 이들 학자 중 허친스는 물질주의에 사로잡히고 절대적인 진리와 가치를 상실한 현대문명, 특히 현대 교육이 병들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 사회를 다시 건강하게 만드는 길은 고대 사상가들이 만들어 놓은 불변의 진리와 가치에 복귀하여 오직 사람만이 가지는 이성을 계발시키는 일이라고 믿었습니다.  30대에 시카고 대학의 총장이 된 허친스는 올바른 방향감을 잃고 그릇된 가치관 속에서 방황하며 타락해 있는 교육을 근본적으로 개혁할 것을 주장하였습니다. 이것을 위해 그는 시카고 대학의 교양과목으로 '위대한 저서 읽기 프로그램'(The Great Books Program)을 창안하여 대학생들에게 읽게 하였습니다. 그의 절대적 진리 추구를 위한 지적 단련의 강조는 항존주의 교육운동을 일으키게 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항존주의 교육철학은 고대 그리스의 이성관과 지식관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 항존주의에 의하면 인간은 이성을 지닌 존재이며 이성의 계발을 통하여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항존주의 교육의 최대목적은 이성의 계발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성은 영원불변하는 진리를 습득함으로써 계발됩니다. 지식의 절대성과 인간 본성으로서 이성의 능력이 있다고 믿었던 항존주의는 고대 그리스 이래의 자유교양교육을 교육적 이상으로 받아들였으며, 보편적 교육의 가능성, 즉 교육은 시대와 사회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유교양교육을 교육적 이상으로 생각한 항존주의 교육철학은 교육내용으로 초등학교에서는 읽기(reading), 쓰기(witing), 셈하기(arithmetic)와 같은 기본적인 교과를 중요시 여겼습니다.  중. 고등학교 과정에서는 중세 7 자유교과의 주요 내용, 즉 논리학, 수학, 문법, 수사학과 그리스와 라틴어 같은 고전적인 언어를 중시하였습니다. 그리고 대학에서는 '위대한 저서 읽기 프로그램'에 따라 고전 100권을 선정하여 필독서로 권장할 것을 주장하였습니다.

 

 

 

 

   항존주의의 기본적 교육원리를 넬러(1971)는 다음의 여섯 가지로 정리하였습니다.
첫째, 인간성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교육의 본질도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교육은 언제 어디서나 동일해야 한다.
둘째, 인간의 뛰어난 특징은 이성에 있기 때문에, 교육은 이성을 발달시키는 데 집중되어야 한다. 사람들은 이 이성을 가지고 자신의 본능적 성질을 선택된 목적에 맞도록 제어하고 지배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
셋째, 교육의 과업은 영원한 진리에 인간을 적응시키는 것이다. 허친스(1936)는 "교육은 교수를 포함한다. 교수는 지식을 가르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지식은 진리이다. 진리는 어느 곳에서나 동일하다. 그러므로 교육은 학습자를 현실적 세계가 아닌 진리의 세계에 적응시켜야 한다."라고 보았다.
넷째, 교육은 생활의 모방이 아니라 생활을 위한 준비이다. 학교는 실제 생활상황이 아니며 또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 학교는 학습자가 그의 문화적 전통이 가장 훌륭한 업적을 습득할 수 있도록 준비된 인위적인 환경이 되어야 한다.
다섯째, 학생들은 세계의 영원성에 익숙하게 하는 기본적인 과목들을 배워야 한다. 학습자는 그 시대에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학습하는 데 급급해서는 안 되며, 그 자신의 특정한 연령에 있어서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을 학습하도록 허용해도 안 된다. 학습자는 기본적인 과목을 통해 이성을 일깨우고 지성을 배양해야 한다.
여섯째, 학생들은 문학, 철학, 역사, 과학과 같이 여리 시대를 거쳐 인간의 위대한 소망과 성취를 나타낸 '위대한 고전들'을 읽어야 한다. 고전에 담긴 메시지는 결코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 아니다. 고전은 인류가 오랜 세월 동안 담아 온 지혜의 보고이다. 과거의 전통을 공부함으로써 학생들은 진리를 발견하게 된다.

 

 

 

 

  항존주의는 산업혁명과 과학 발달의 영향으로 절대적 가치를 상실하고 방황하는 시대 상황 속에서 정신의 우월성과 절대적 가치를 중시하면서 삶의 지표를 확고히 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그러나 항존주의는 지나치게 이상적이며, 현실을 정시하는 등 여리 가지 비판을 받았습니다. 브라멜드는 항존주의를 과거에의 도피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넬러는 금욕성, 비활통성, 귀족성, 고전의 지나친 중시 등으로 비판하였습니다.

 

 

 

 

 

  항존주의에 대한 여러 가지 비판들을 김정환(1982)은 다음과 같이 유형별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첫째, 비민주적이다. 민주주의는 개인을 절대적 존재로 여기며,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고 가치의 다양성을 인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주의는 다양한 가치와 신념과 생활방식을 허용한다. 이에 반해 항존주의는 종교적인 수준에서 유일하고 절대적인 가치체계를 숭상하기 때문에 민주주의의 기본 이념을 위협할 수 있다.
  둘째, 현실을 경시한다. 시간은 과거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미래로 흐른다. 과거를 아는 것은 현재를 위함이며, 미래를 설계하는 것도 현재에 충실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항존주의자들은 영원성과 연결시킴으로써, 현재의 문화적 경향성을 무가치하게 여기고, 현실에 적응하려는 노력을 과소평가한다. 항존주의의 교육은 위대한 고전들을 강조함으로써, 현실의 학
문을 무시하고 고전의 지식들을 영원한 것으로 만든다.
  셋째, 귀족주의적, 주지주의적 경향을 딴다. 만인이 평등하다는 말은 인격적 존재로 평등하다는 것이지 능력에 있어서도 평등하다는 것은 아니다. 항존주의는 모든 인간이 고전의 위대한 인물들처럼 생각하며 행동할 것을 기대한다. 그래서 지적인 훈련을 매우 강조한다. 그러나 모든 인간이 지적인 탁월성을 발휘할 수는 없다. 또한 인간의 능력 특성에는 학문적 능력 외에도 가치 있는 것들이 많이 있다. 지력의 계발에만 열중하면, 개인의 능력 차이를 무시하게 되고, 따라서 각 개인의 자유로운 성장을 가로막게 될 위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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